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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 목 과거 경제위기는 특정부위 고장… 코로나 사태는 전신마비 수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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과거 경제위기는 특정부위 고장 코로나 사태는 전신마비 수준 ”[ 파워 인터뷰 ]

동아일보 (2020-03-17) 트렌드뉴스

 

2008 년 금융위기 때 금융위원장 지낸

전광우 세계경제 이사장

 

 

2008 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융위원장을 맡았던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이 13 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. 그는 코로나 19 의 확산으로 경제 전체가 사실상 올스톱된 현 상황을 전신마비가 된 환자에 비유했다 . 양회성 기자 yohan@donga.com

 

현재의 위기가 과거의 경제위기 상황과 어떻게 다른가 .

“1997 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 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모두 금융 부문의 위기에서 시작됐다 . 2008 년은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, 1997 년 외환위기는 기업 부실이 금융으로 번져 생긴 문제다 . 지금은 원인부터 다르다 . 전염병의 확산으로 시작해 1 차적으로 실물이 타격을 받았고 그게 금융으로 확산된 실물 · 금융의 복합 위기 성격으로 봐야 한다 . 또 일반적인 경제위기는 수요가 급격히 줄며 경제 전체가 가라앉는 상황에서 생기는데 코로나 19 사태는 글로벌 공급망이 멈춰 섰고 공급 체계가 충격을 받으며 수요도 위축된 것이다 .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타격을 받으니 파장의 폭이 더 크다 .”

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.


전염병이 돌며 사람들이 이동을 멈춘 게 가장 큰 이유다 . 사람들이 외부 활동을 하면서 돈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기동성도 떨어지다 보니 글로벌 경제 시스템이 멈춰 섰다 . 몸 전체를 경제에 비유하자면 과거의 금융위기와 경제위기는 어느 특정 부위에 탈이 나 생긴 문제인데 지금은 전신마비에 가까운 상태다 .”

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응급조치는 무엇일까 .

순서로 보면 방역이 먼저일 수밖에 없다 . 정부가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 고 하는데 경제 문제를 풀려면 인과관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. 방역이 안 된 상태에선 경제를 돌릴 수 없다 . 과거에 돈을 풀면 시장 분위기가 살아나던 때와는 질적으로 다른 상황이다 .”

현재 상황을 글로벌 금융위기나 대공황과 비교하는 이들이 많은데 냉정히 평가했을 때 어떤 수준으로 보는지 .

주가 하락 폭만 봤을 때는 과거가 더 심했다 . 2008 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9 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뒤 10 월 말 코스피가 1,000 밑으로 떨어졌다 . 지금은 그렇게까지 상황이 나쁜 건 아니다 . 미국도 코로나 19 사태 전인 2 월 초까지만 해도 주가와 고용 시장이 역대 최고치 수준이었다 . 미국 주식시장의 강세장이 끝났다는 분석은 가능하지만 과거의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면 그때의 주가 낙폭이 더 크다 . 다만 코로나 19 사태는 앞으로의 파장과 기간이 불확실하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. 코로나 19 사태가 어느 정도 확장되고 얼마나 시간을 끌지 어느 전문가도 전망할 수 없다 . 이 상황이 길어지면 금융위기보다 파장이 클 수 있다 . ( 경제 ) 마비 상태가 오래가면 경제는 쓰러진다 .”

앞으로 위기의 가장 큰 분기점은 언제가 될까 .

미국 내 전염병 확산 정도가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 . 미국은 세계 정치와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나라다 . 미국이 얼마나 빨리 코로나 19 사태를 수습하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 될 것이다 .”

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늘어난 유동성은 코로나 19 사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나 .

이미 기업과 개인이 과도하게 부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레버리지를 높이기 ( 부채를 늘리기 ) 어려운 상황이다 . 지난 10 여 년 동안 대부분의 국가에서 부채가 늘었다 . ‘ 이번엔 다르다 의 저자 카르멘 라인하트는 최근 통계 세미나에서 전 세계 부채 비율이 제 2 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. 위기가 왔을 때 경기를 되살리는 방법은 재정으로 나랏돈을 풀거나 중앙은행에서 돈을 푸는 방법이 있다 . 그런데 현 상황에선 이 두 가지 방안이 모두 한계가 있다 . 유동성을 풀다가도 적절한 시점에 긴축을 해야 했는데 각국이 그 타이밍을 놓쳐 왔다 . 긴축의 부작용으로 경제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.”

이번 사태로 앞으로 글로벌 공급망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.

세계 리딩 기업들의 글로벌 전략이 수정될 수 있다 . 글로벌 생산망이 분산돼 있으면 차후에 이런 문제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. 각 기업의 공장이 중국을 떠나 베트남 등으로 옮겨갈 수 있다 . 이미 미래 학자들은 전염병이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. 전염병의 창궐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만큼 전반적으로 경영 시스템의 리스크를 줄이려는 노력이 생길 것이다 .”

각국의 자국 중심주의 기조는 현 사태 수습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.

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자국 중심주의가 퍼지면서 각자도생의 시대가 되고 있다 . 그렇다 보니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을 때 유효한 공조 프레임이었던 주요 20 개국 (G20) 같은 건 요즘 의미 없는 협의체가 됐다 . 방역을 확실하게 할 때까지는 국경을 걸어 잠그고 각국이 자국 중심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. 다만 경제 회복을 위한 정책 공조는 여전히 필요하다 .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완화 정책을 쓸 때 서로 보조를 맞춰주고 통화스와프 같은 방파제를 구축해야 한다 .”

이번 위기 국면에서 한국은 특히 충격을 더 많이 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.

단순히 산업 구조가 중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것 외에도 우리 경제가 허약체질화되고 있었다는 점이 큰 문제다 . 의학적으로 보면 이미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던 셈이다 . 코로나 19 사태가 진정됐을 때 경제를 다시 복원해야 하는데 반등 폭을 키워줄 요인이 마땅치 않다 . 코로나 19 로 충격은 충격대로 더 많이 받고 , 그 이후 경기부양책을 써도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약하다는 의미다 .”

한국의 경제체력이 꾸준히 떨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.

구조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.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하고 경제 활력을 키워야 하고 규제도 기업친화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.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 . 혁명은 한 방이면 되는데 개혁은 꾸준하게 해야 한다 . 정치적으로는 대통령 임기가 5 년 단임제다 보니 기조가 수시로 바뀐다 . 개혁을 시작할 만하면 선거가 온다 . 이해관계자와의 마찰도 있다 . 국가 경제를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에 대한 안목보다는 단기적인 정치 이해에 휘둘린다 . 꾸준하고 적극적이고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. 개혁을 하려다 뒤집기만 반복하니 경제에 나쁜 내성이 생기고 있다 .”

한국 정부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카드를 쓸 수 있을까 .

비상 시기인 만큼 적극적인 재정 확대는 불가피하다 . 다만 재정이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도록 핀셋 전략 을 써야 한다 . 자영업자가 됐든 중소기업이 됐든 맞춤형으로 재정을 투입해야지 돈을 살포하는 식으로 가면 안 된다 . 투자 효과를 유발하는 쪽에 재정이 쓰이도록 해야 한다 . 통화 정책은 가계부채가 1600 조 원이 넘고 이미 금리가 낮다는 점이 장애물이다 . 시중에 유동성이 적지 않은데 생산적인 투자가 아닌 부동산으로 많이 흐르고 있다 . 그럼에도 필요하다면 금리를 일부 인하하거나 유동성 공급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필요하다 . 금리를 얼마나 낮추느냐보다는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. 다만 돈 풀기는 일종의 마중물에 불과하다 . 펌프질을 할 때 마중물은 적당히 부어야 효과가 있다 . 세게 , 많이 부으면 오작동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.”

현 정부 들어 달라진 외교 정세가 코로나 19 사태의 수습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.

현 정부에서 미국과 일본 등 전통적 동맹국가와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 . 대표적인 게 통화스와프다 .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기에 진화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무기는 미국과의 통화스와프였다 . 내가 당시 ( 금융위원장으로서 ) 미국 지도부를 만날 때도 한국과 미국 정부 간 신뢰가 큰 역할을 했다 . 일본도 기축통화인 엔화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. 빨리 관계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 .”

한국이 가장 시급하게 생각해야 할 정책 과제는 .

기존 정책 방향을 수정하는 것이다 . 좋은 기회이지 않나 . 명분 없이 기존 정책을 수정하기 어렵다면 지금 같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 . 질 좋은 일자리가 수천 개 사라지게 생겼는데 기존 대책을 유지해서 되겠나 . 위기 극복을 위한 카드로 생각해봐야 한다 .”



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
1949 년 서울 출생

서울대 경제학과 졸업

미국 인디애나대 경제학 석사 , 경영학 석 · 박사

1986 1998 년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

1998 2001 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특보

2007 년 외교부 국제금융대사

2008 년 초대 금융위원회 위원장

2009 2013 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

2019 년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

 

송충현 기자 balgun@donga.com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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