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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 목 [보도자료] 재난기본소득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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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 이윤경 ( 토론토대 사회학과 교수 ) 의 노동을 묻는다 ]

 

재난기본소득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

출처 : 서울신문 (2020.03.16.)

 

 

우리는 참으로 전대미문 , 예측불가 , 불확실성의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. 이전 바이러스에 비해 치사율은 낮지만 높은 전염성을 가진 코로나 19 는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뿐 아니라 경제 전반을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 . 이 팬데믹의 여파는 몇 개 나라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시장 전반을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. 우리는 대개 경제 위기는 자본 축적에 위기가 생기거나 , 자본의 불건전한 투자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다 폭락하거나 , 정부의 잘못된 재정 정책으로 부채가 상승하고 자본이 대량 유출할 때 발생하는 줄만 알았다 . 그 어느 경제학 개론서도 바이러스가 경제 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가르치지 않았을 것이다 .

 

바이러스의 전염과 확산을 피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일상생활이 안전한 범주인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. 이를 먼저 겪고 있는 한국에서는 정부가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시민들이 현명하게 협조하면서 모범 사례를 만들고 있다 . 북미는 이제부터 코로나 에피데믹과의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됐다 . 그런데 정부와 의료체계 그리고 시민들이 얼마나 일사불란하게 대처할지 벌써부터 우려가 크다 .

 

한국은 교육기관의 개원 , 개학을 연기하는 방법을 선택한 반면 이미 1 월부터 봄학기를 시작한 북미의 수많은 대학들은 최근 강의실 대면 수업을 중단하고 온라인 강의로 전환하고 있다 . 3~4 월에 예정돼 있는 대규모 연례 학술회의에서부터 소규모 학술발표까지 여러 사람이 모이는 학술 활동 전반 또한 취소되고 있다 . 이런 상황은 학생들의 교육과 학자들의 연구 활동에 타격을 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.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대학과 그 인근의 식당이 , 커피숍이 일차적으로 피해를 입을 것이다 . 그리고 그 여파는 서비스업 전체로 확대될 것이다 . 경제활동이 하나둘 멈춘다는 것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일이 사라지고 소득이 없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.

 

원인이 무엇이든 경제가 위기에 처할 때 가장 먼저 ,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 사람들은 경제활동 사다리에서 가장 아래 , 가장 취약한 지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. 최근 한국에서 집단 발병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의 콜센터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 , ‘ 사회적 거리 를 유지할 수 없는 조건에서 일하는 사람들 , 위험한 줄 알면서도 일을 쉴 수 없는 사람들 , 그래서 감염이 돼 일을 쉬게 되면 동시에 수입이 없어지는 사람들 , 손님이 끊겼어도 월세는 내야 하는 영세 자영업자들 , 서비스업에서 시간제 , 일당 알바를 하면서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젊은 노동자들이 그들이다 .

 

이런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재난기본소득을 진지하게 고민해 주길 바란다 . 기본소득은 신자유주의 자본주의하에서 그리고 자동화와 같은 기술 발전으로 인해 국민 다수가 안정적 일자리를 구할 수 없고 기본적인 노동 소득을 얻을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대안이다 . 안정적인 직장을 가질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줄어들고 , 일을 한다고 해도 생활 보장이 안 되는 지금의 시장경제 , 곧 당도할 경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. 고용과 소득을 분리하고 소득을 모든 시민의 기본권으로 이해하는 보편성이 강한 정책이다 . 한국처럼 남녀 임금 격차가 심한 곳에서는 남녀 소득 격차 해소의 효과도 가져온다 .

 

기본소득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연령대만 정한 후 그 범위 안에서 모든 개인에게 공적 자금으로 기본적인 소득을 지급하는 것이다 . 경제적 취약 계층을 파악해서 선별적으로 지급하거나 고소득층의 범위를 정하고 확인해서 지급에서 제외하는 방법에 드는 시간과 행정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. 고소득층에 지급된 기본소득은 이후 세금 징수에서 되돌려 받으면 된다 . 이미 미국과 캐나다 , 네덜란드 , 핀란드 , 브라질 , 인도 , 케냐 , 우간다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지역 단위의 다양한 방식이 실험된 바 있고 또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정책이다 .

 

한국에서는 이미 청년수당 또는 농민수당이라는 이름으로 실험되고 있다 . 이재명 경기도지사 , 김경수 경남도지사 ,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난기본소득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. 전주시가 먼저 나서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했다 . 지금과 같은 거시적 재난 상황에서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뿐 아니라 중앙정부가 나서서 재난기본소득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이다 .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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